연말이 다가오면 어떻게 내 전화를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김동수 선생님 전화 맞나요'하는 말로 시작하는 이름 모를 단체에서 전화가 종종 온다. 무슨 무슨 사랑의 집인 경우도 있고, 무슨 무슨 나눔의 방인 경우도 있다. 올해 후원 금액이 많이 줄어서 어려움이 있고, 겨울 나는게 힘이 들 것 같다면서 후원을 부탁하는 전화다. 몇번인가는 솔직히 귀찮은 마음에 후원금액 보내고 마무리 지은 적도 있었지만, 어쨌든 약간 막무가내 식으로 매년 걸려오는 전화가 그리 반갑지는 않다.
내가 겪었던 이런 후원단체의 공통적인 특징은 일단 주소를 확인한 후에 다짜고짜 양말이라던지, 작은 액자라던지의 선물과 함께 지로용지를 보내온다.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단체로부터 선물까지 받았으니 그냥 입 싹 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보다.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의 후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내가 하는 기부행위가 왠지 싸구려 거래의 일부가 되는 것 처럼 느껴져 이런식의 선물은 오히려 맘이 편치 않다. 적어도 내가 후원을 한 이후에 감사의 표시로 오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런식으로 후원도 하기 전에 선물먼저 보내온다니... 헌혈 후에 주는 초코파이와 음료수는 뿌듯한 마음으로 맛나게 먹겠지만, 초코파이와 음료수 먼저 주면서 헌혈하라고 한다면 기분이 이상한 것과 비슷한 경우다.
며칠전 이런 전화가 한통 또 걸려왔다. 전화 내용인 즉슨 내가 재작년에 후원을 했던 곳인데 작년에는 후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면서 금년에 다시 한번 후원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식의 기부는 별로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매몰차게 전화를 끊을 수도 없어서 지로용지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도착한 지로용지와 양말 10켤레.
내가 뭐 수십군데 후원을 한 것도 아니고, 적어도 내가 후원한 단체가 어디인지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다. 적어도 해당 단체의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지 못한다 하더라도 매번 이런 후원을 할 때에는 해당 단체가 과연 정말 믿을만한 단체이고, 혹 유령단체는 아닌지 검색을 해보기에 기억들이 남아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오늘 양말 10켤레를 보낸 단체는 상자 표지에 붙어있는 단체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곳이고, 검색을 통해 들어간 단체의 웹사이트도 처음 보는 곳이었다. 웹사이트 찬찬히 훑어보니 유령단체는 아님에는 분명하지만 해당 단체의 활동 내용이 썩 믿음직 스럽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몇곳에 정기적인 후원을 하고 있어서 더욱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다짜고짜 전화와서 선물 먼저 보내고 후원을 요청하는 낯선 단체에 하는 후원은 더욱 망설여진다. 후원이라는 행위조차도 잘 알려지고, 유명한 단체에 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식은 뭔가 편치 않은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다음에 다시 전화가 오면 일단 나는 그곳에 후원한 적이 한번도 없는데 어떻게 나의 연락처를 알았으며, 또 내가 재작년에 후원을 한 적이 있다는 안내의 말을 한 이유부터 물어보고, 답변에 따라 양말을 반송할지, 아니면 후원을 할지 결정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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