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부터 기르게 된 고양이 오드리다. 생후 2개월 되었을 때 데려왔으니 이제 9개월, 성묘가 거의 다 되어간다. 저렇게 앞발로 눈을 가리고 잠을 자는 모습은 고양이의 수많은 매력 중 하나다. 유학을 가며 오드리도 함께 데려가려고 노력을 했으나, 나는 룸메이트들과 함께 집을 쓰게 되었고, 아내는 애완동물이 금지된 집을 구하게 되어 오드리를 함께 데려갈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지금껏 같이 지내온 녀석을 그냥 아무데다 버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마땅히 오드리를 맡길만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한번 정 붙인 생명인데 대충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러가지 대안을 찾다가는 결국 마당이 있는 고향 부모님 댁에 맡기는 것으로 결정을 굳혀가게 되었다. 하지만 최후의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망설이게 만드는 걱정 두가지가 남아 있었다. 첫째, 실내에서만 살던 오드리가 과연 마당에서의 삶에 적응할 것인가. 그리고 둘째, 이미 마당에서 지내고 있는 시츄 미미와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것인가. 실내의 삶에서 실외의 삶으로의 변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개와 고양이는 숙적이 아니던가.
부모님댁에 들르며 적응시험차 데려간 오드리는 도착한 첫날밤 변화된 환경에 극도로 불안한 모습이었다. 다행히 성격이 온순한 시츄 미미는 오드리를 좋아라 따라다녔지만 미미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오드리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적개심을 나타내기만 할 뿐 적응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오드리를 반갑게 맞이하던 미미도 오드리의 적개심에 경계하는 눈치였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다음날 기적이 일어났다!! 전날까지만 해도 불안해하고, 적개심을 드러내던 오드리가 아침이 되니 어느정도 안정을 되찼더니만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저렇게 미미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는 몸을 부대끼며 같이 앉게 되었다. 오히려 미미가 오드리를 약간 무서워하는지, 오드리가 상자 안에 들어가 있으면 기가 죽은 상태로 가만히 있거나 상자 밖으로 나와 앉아 있곤 했다. 결국 둘째날의 대부분은 오드리가 미미의 상자에 주인처럼 누워 잠을 자고 미미는 상자 밖에서 잠을 자는 식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적응이다. 마당이다 보니 실내와 비교하여 금새 발이 더러워지고 그렇지만 적응만 된다면야 좁은 집안보다는 마당에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지내는 삶이 훨씬 더 행복할 것 같다. 겨울이면 따뜻하게 지낼 지하실도 있고, 무엇보다도 날씨가 추워지면 저 두녀석이 아마 서로의 몸을 부둥켜 안고 잠을 잘 것 같다. 인터넷 어디선가 보았던 개와 고양이가 서로 부둥켜 안고 잠을 자는 장면이 그리 희귀한 일은 아니었던듯 싶다.
부디 녀석이 마당의 삶에 잘 적응해서 행복하게 뛰어놀며 지내고, 바람나서 가출하는 일 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빠르면 1년, 아니면 좀더 시간이 흐른 후에 녀석을 데려와 다시 키울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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