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잔에서 융프라우를 하루만에 다녀온다는 것은 곳 열심히 기차 타고 융프라우 도착해서 발도장만 찍고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여기 저기 둘러보며 여유있게 보는 말 그대로의 여행이 아닌 '나 거기 갔다왔지~'식의 훑어보기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 시간은 없고, 늘 그랬듯이 호텔방에 죽치고 앉아있는 내 게으른 성격은 그대로 두고 싶지 않고. 다소 무리라 생각되었고, 그다지 의미없는 발걸음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지만 일단은 다녀오기로 했다.
융프라우에 올라가서도 정작 날씨가 좋지 않으면 안개속에서 제대로 보지 못하고 돌아오기 십상이라고 하는데, 다만 제대로 된 경치라도 보고왔으면 하는 마음을 안고 출발했다. 이번 여행은 아침 8시에 출발해서 기차타고 가는데 6시간, 돌아오는데 5시간 걸리는 여행이었다. 오고가며 12번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정작 융프라우 정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한시간 남짓. 기차역 오가는 시간까지 해서 정확히 아침 8시에 호텔을 출발해 저녁 10시 30분이 넘어서 다시 호텔에 돌아오는 힘든 여정이었다.
출발하며 머물고 있는 호텔 사진을 찍어봤다. 나름 아담한 호텔이지만 보이는 건물 뒤에 더 큰 건물이 숨어있어, 사진으로 보는 것처럼 아주 작은 호텔은 아니다. 방이나 욕실이 작긴 했지만 아침 식사만큼은 훌륭했던 곳이다. 나는 주로 에그 스크램블 약간과 과일 몇조각 먹는 것이 전부였지만 에그 스크램블이 아주 부드러웠던 기억이다.
로잔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한컷. 이번 여행에 드는 기차요금이 꽤 되어, 정가 요금의 50%로 기차의 전 구간을 이용할 수 있는 반액티켓을 구매했다. 1달간 반액으로 기차를 탈 수 있는 반액티켓의 가격은 99프랑으로, 환산하면 8만원 정도 되는 가격이다. 융프라우 한번 왕복하는 경우에도 정상가격으로 기차요금을 지불하는 것보다 반액 카드를 구매하고 나머지 기차요금을 반액으로 사용하는게 저렴했다. 반액티켓의 사용기한이 한달이었는데, 정작 이를 이용한건 2일밖에 되지 않아 아쉽긴 했다.
혼자 다녀오는 여행이었기에 처량하지만 slr 카메라로 셀카를 찍는 것도 감행해야 했다. 나름 즐거운 표정을 지으려고 했지만 혼자 다녀오는 여행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멋있는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도 마음대로 찍을 수 없고, 감탄이 절로나오는 광경을 보면서도 혼자 속으로 감탄해야 하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동행으로 다시 이 코스를 밟아야지.
스위스 기차길중에 경관이 좋은 기찻길을 Goldenpass Line이라 부른다. 이 구간으로는 일반 기차도 다니지만 하루 특정 시간에는 좀더 풍경을 잘 볼 수 있도록 유리창이 큼직큼직한 Goldenpass Panoramic 기차가 이 길을 달린다. 이 중에서도 VIP석은 이처럼 기관사 자리에 해당하는 기차 제일 앞자리에 앉아 정면의 통유리를 통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기관사 자리는 2층에 있다고 한다. 이 자리는 기차표와는 별개로 해당 좌석을 예약해야 한다. 다행히 정보를 입수해 VIP석에서 멋진 경관을 보며 감탄속에 기찻길을 달렸다. Goldenpass Line을 이용할 경우 Goldenpass Panoramic 기차는 꼭 한번 타볼만 하다. 날씨만 좋다면 융프라우의 경치만큼이나 기차를 타고 지나면서 보는 스위스 산골 풍경이 정말 죽음이다.
터널을 지나는 기차. Goldenpass Panoramic 기차를 타는 구간이 2구간이 있었고, 해당 기차 모두의 VIP석을 예매했는데, 첫번째 구간의 기차가 지연되서 운행되는 바람에 두번째 구간은 거의 완행열차 같이 구린 열차로 여행해야했다. 스위스 열차는 정시에 운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기차를 갈아타게 될 경우 최소한 10분 정도의 여유를 두고 스케줄을 짜야한다. 원래 일정으로는 인터라켄 역에서도 1시간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완행열차를 타는 바람에 인터라켄에서도 여유시간 없이 기차를 갈아타야만 했다. 인터라켄에서의 1시간의 여유시간에 식사를 해결하려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없어지는 바람에 이날 하루는 과자 몇조각과 융프라우 정상에서 먹은 도너츠 하나가 전부가 되어버렸다.
기차타고 지나가며 찍은 스위스 시골 풍경. 날씨가 너무 맑아서 햇살이 눈부셔 오히려 좋은 사진은 많이 찍지 못했다. 조금만 날씨가 흐리거나 했으면 훨씬 더 아름다운 풍경을 찍을수도 있었으련만...
인터라켄역에서 융프라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초입에 본 풍경. 기차가 본격적인 경사를 올라가면서 금새 아랫동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융프라우 올라가는 중간 지점의 한 역에서 찍은 눈덮인 산의 모습. 만년설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기에 마냥 신기했다. 눈앞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눈이 쌓여 있는데, 내가 서있는 이 곳은 반팔을 입고도 시원하다 느끼는 곳에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 이 즈음부터 융프라우 정상에 도착하기까지는 보는 풍경 모두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시간만 많다면 이곳 근처에서 하이킹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며칠 머무르면 정말 딱이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정상을 얼마 앞두지 않은 곳에서 찍은 풍경. 이제 정상에 가기 위해 기차는 터널속을 40여분 달리게 된다. 터널을 통과하기 거의 직전의 풍경이다.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그 위에는 눈덮인 풍경...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렇게 평화로운 환경에서 마음대로 풀을 뜯으며 살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는 소의 고기라면 나 또한 편하게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적어도 내 미각의 즐거움을 위해 잔인하게 키우고 잔인하게 살육했다는 미안한 마음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을테니... 암튼 저녀석들 사는게 내가 사는 환경보다 훨 나을지도 모르겠다.
융프라우 정상에 있는 Ice Palace에서 셀카 한컷. 모든 것이 얼음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바닥도 얼음이긴 하지만 생각만큼 미끄럽거나 그렇진 않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조각상들도 여러개 있다. 여기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좀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녹지 않고, 얼음이 녹지 않는 곳이니 무척 추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막상 머무르는 시간이 한시간 정도라서 그런지 그다지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반팔 위에 얇은 점퍼 하나정도면 큰 무리 없이 이곳 저곳을 즐길 수 잇는 것 같다.
융프라우 전체의 풍경을 외부에서 맘껏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 만년설이 점점 녹고 있다고는 하지만 쌓여있는 눈의 두께가 무시 못할 수준이다. 기온은 영하겠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 고요한 날씨여서 밖에 한참 있어도 그리 춥진 않았다. 이곳에 올라와도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제대로 된 경치를 보는건 운에 달린 일이라고 했는데, 다행히도 환상적인 날씨로 정상에서의 풍경을 맘껏 즐겼다. 정말 운이 좋았다 싶은건 이곳을 다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에 이미 정상에는 구름이 짙게 끼기 시작했다는 사실. 한시간정도만 늦게 올라왔어도 이런 풍경을 보지도 못하고 내려와야 할 뻔 했다.
정상에서의 풍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좀더 괜찮은 사진을 남기고 싶었으나 동행이 없는 관계로 아무에게나 사진 한방 부탁한다는 말을 해야했고, 사진의 결과에 관계없이 아주 고맙다는 말을 해야 했다. 머리 뒷쪽의 기둥도 없애고, 좀더 맘에 드는 사진을 찍고 싶었기에 많이 아쉬운 사진이긴 하다. 하지만 뭐 여기에서 기념사진 한방 찍는게 거의 이번 '날나리'여행의 큰 의미중에 하나였으니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
조금 가까이 보이는 봉우리를 배경으로 한컷. 이 사진 찍어준 인도인 부부하고는 융프라우 오르는 마지막 터널 구간의 기차에서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름 재미있는 대화였다. 인도인 뿐만 아니라 내려오던 길에 만난 미국인 노부부와도 참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건 지금 영어 실력으로도 나름 농담도 하고 별 어려움 없이 대화가 되는데, 왜 업무관련한 회의만 되면 머리속이 백지장에 가까워 지는지.... 암튼 사진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영어실력을 키우는게 여전히 참 중요하다.
융프라우 정상에 있던 이름모를 새. 여러마리가 있었고, 사람의 접근에도 그리 무서워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고 약간씩 뒷걸음 치며 도망가는 수준이다. 손에 빵이라도 들고 있으면 어떻게 좀 얻어먹어볼까 고심하던 녀석들이다. 그래도 융프라우가 해발 4천미터에 달하는 곳인데 이곳에서도 생활하는 새가 있다니... 이 새들은 과연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빵조각 외에 뭘 먹고 사는건지 궁금하다.
융프라우 정상에서 바라본 반대편 계곡의 모습. 이쪽 계곡 바로 옆쪽으로는 시간만 된다면 직접 내려가서 썰매도 타고, 스키도 타볼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여기로 내려가서 또 한참 걸어가면 산장에도 가볼 수 있다고 하던데, 이렇게 좋은 날씨에 시간이 안되어 가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좀더 여유있는 스케줄로 이리저리 둘러보고 다녀야겠다.
쌓여있는 눈의 모습. 두께가 상당하다. 거리를 고려해볼때 족히 몇미터는 쌓여 있는듯.
융프라우에서 내려오는 길에 본 풍경. 눈이 녹은 물이 흐르는 모습이다. 물에 석회질이 많이 포함되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물빛이 우유빛으로 보여 일반적으로 계곡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있던 그린델발트 역이던가. 이곳에서 사진 한방. 다행히 배낭여행을 온 듯한 대학생정도로 보이는 한국사람들이 꽤 있어서 사진 한방 부탁해서 찍었다. 그나마 제일 깔끔하게 나온 사진인듯. 다만 내가 프레임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아쉬울 따름. 이곳에서 보는 풍경 또한 정말 환상적이다. 쭉 뻗은 기찻길과 바로 맛닿을 듯이 보이는 눈덮인 산의 모습이 잊지 못할 광경으로 머릿속에 남아있다. 다시 오게 된다면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것도 좋을 듯.
이번 여행을 위해 가져간 광각 렌즈를 요긴하게 잘 썼다. 기차길과 이어지는 눈덮힌 산의 사진이 마치 사진을 여러장 이어붙인 파노라마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한장의 사진에서 일부분만 크롭을 한 것이다. 여행중에 찍은 사진중에 맘에드는 사진으로 손꼽히는 사진이다. 여기서 좀 더 좋은 사진을 찍고 돌아왔으면 좋았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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