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라떼를 주문할 때 우유 대신 두유를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을 들은지 좀 됐다. 얼마전에 스타벅스에 들를일이 있을 때 불현듯 두유라떼가 생각났다. 계산을 끝낸 후 음료를 만들고 있는 바리스타에게 두유로도 가능하냐고 하니 주문할때 요청하면 500원을 더 지불하고 만들어 준다고 했다. 그래서 그 날은 이미 주문이 끝났기에 별 수 없이 우유라떼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주일의 바쁜 일정을 다 마치고 피곤이 몰려오는 오늘 오후,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해 작정하고 스타벅스에 들어가 카페라떼 tall 사이즈를 주문하면서 에스프레소 샷도 하나 추가시키고 우유대신 두유가 포함되도록 주문을 했다.
회사에 개인적으로 두유를 비축(?)해 놓고 하루에 한두개씩 마시고 있을 정도로 두유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제 개인적 선호에 따라 두유 라떼를 주문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름의 감격으로 느껴졌다. 또한, 돌아오는 목요일이면 채식을 해온 지 300일이 된다. 아직까지는 유제품을 먹지 않는 수준의 채식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유를 마셔야 할 상황에서 두유로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또 하나의 개인적 신념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해서 받아든 스타벅스 두유라떼. 조심스레 들고와 자리에 앉아서 경건한 마음으로 한모금 홀짝.
오우 마이 갓!!!!
정말 이럴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건 정말 사람이 먹을 것이 못된다는 것을 혀에서부터 온 몸이 한순간에 그냥 느껴버렸다. 몸에 좋은 한약, 병을 고치기 위한 약으로 먹는 것이라면 먹을까 이건 뭔가 한 순간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여유를 부리며 호사를 누리기 위해 마실 만한 것은 전혀 되지 못하는게 아닌가. 그럼에도 돈이 아까워 마지막 남은 한방울까지 결국에는 다 마시긴 했는데, 마지막 한 모금을 넘기는 순간 이러다 토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뇌리를 스쳐갔다.
부랴부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찾아보았더니 나처럼 느낀 사람도 있고, 나름 괜찮게 느낀 사람도 적지 않게 있었다. 이 맛을 괜찮게 느낀 사람이 있다고?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일까? 혹시 에스프레소 샷을 하나 더 추가한 것이 치명적이었던 것일까?
그래도 아주 작게나마 신념을 갖고 한 일인데, 그냥 여기서 포기해버릴 순 없다. 다음번엔 샷 추가하지 않고 그냥 평범한 두유라떼를 주문하고, 추가로 설탕시럽도 좀 추가해서 마셔봐야겠다. 그렇게 해서 괜찮다면 우유 라떼에 비하여 맛이 좀 덜하더라도 계속 마셔줘야지. 그렇게 했는데도 여전히 오늘과 같은 맛이 난다면?
카페라떼를 안마시면 안마셨지 두유라떼는 죽는날까지 쳐다보지도 말고 살아야지.
쩝, 집에 고이 모셔둔 두유까지 좀 꺼려지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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