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 강한 영화는 즐겨보는 타입이지만 실제 격투기 경기는 즐겨보는 편이 아니다. 영화의 폭력성은 그나마 '연기'라는 마음으로 편히 볼 수 있지만 실제 격투기의 치고 받는 장면은 편안한 의자에 몸을 의지하고 맘 편히 보아지지 않는다. 차라리 우연히 만나는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시비를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게 격투기 경기를 보고 있는 것보다 맘이 느긋하다.
일부러 경기를 찾아서 본 격투기 경기는 최홍만선수가 처음으로 격투기 데뷔전을 벌였던 경기와, 며칠전 제롬 르 밴너와의 경기가 전부인 듯 싶다. 최홍만 선수의 데뷔전은 호기심에 일부러 생방송을 기다리며 봤다면, 며칠전 경기는 하도 인터넷에서 최홍만을 탓하는 글들이 넘쳐나 무슨일인가 하고 찾아보게 되었다.
테크노 골리앗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이 최홍만의 덩치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만, 사실 최홍만은 겁쟁이다. 격투기 선수로서의 투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프로다운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아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줬다는 비난을 듣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덩치큰 최홍만은 절대로 싸움꾼의 자질이 없다는 사실인듯 싶다. 경기전반을 통틀어 본 최홍만의 모습은 이미 겁에 질려 긴장한, 상대방 공격에 앞서 선방을 날리는 것은 고사하고 솔직히 상대방 공격이 들어오는 것에 움찔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 그 자체였다.
최홍만은 왜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링 위에 서 있어야만 했을까. 덩치는 크지만 사실 맘은 왠만한 사람보다도 더 여린게 분명하고, 훈련을 통해서도 싸움꾼의 기미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최홍만이 왜 '프로 파이터'라는 이름을 달고 거기에 서 있는걸까.
많은 이들이 최홍만의 졸전에 대해 실망의 말을 늘어놓고 있지만, 나는 그 링위에 무기력하게 서 있는 그가 너무도 측은하다. 비록 그 링위에 서있다는 이유로 유명세도 얻고, 엄청단 돈도 벌고 있다지만 어울리지 않는 곳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불쌍하다.
결국 모든게 돈으로 귀결되고, 상업성이라는 딱지로 설명이 되겠지만 자세한건 내 능력 밖이다. 어쨌든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어떤 시스템의 틀에 박혀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다만 그만의 모습인것은 아닌 듯 싶어 맘이 편하지 않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라 믿고 있을지라도 실상은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어쩔 수 없는 곳에 서 있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결국 최홍만이나 우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별반 다를바 없을 듯 싶다. 그런 우리의 처지에서 최홍만에게 이러저러한 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생각하니 우울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고, 암튼 그렇다.
"최홍만이여 그대가 행복감을 느끼는 곳에서 영원하라~!!"(무릎팍 도사 버전)
'Impressions > Trag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렌즈 수리 (4) | 2007/12/29 |
|---|---|
| 사랑의교회 공식 대선후보 - 기호2번 이명박장로 (37) | 2007/12/16 |
| 최홍만, 왜 거기에? (0) | 2007/12/10 |
| 그로부터 직접 듣고 싶다 (0) | 2007/11/03 |
| 전광훈 (15) | 2007/10/09 |
| 약장수의 뽕짝소리 (0) | 2007/10/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