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2009/01/20 00: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기대를 잔뜩한 상태로 영화를 보게 되면 실망만 잔뜩하는 경우가 무척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 연말, 남은 회식비로 팀에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라는 땅 밑 지구 중심의 세계를 모험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나름 신선한 주제로 그려진 이 영화에 대해 큰 기대를 했더라면 그날 정말 실망을 크게 할 뻔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작년에 본 영화 중에 가장 기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습니다. 그날 몸이 좀 피곤해서 아예 처음에 좀 보다가 재미없다 싶으면 맘 편이 잠이나 좀 자다가 오자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평소 같았으면 '뭐 이따위 유치한 장면이 다 있어'라는 생각이 들만한 장면에서도 킬킬거리며 한장면도 소홀히 넘기지 않고 정말 재미있게 보다 왔습니다. 얼마나 재미있게 봤는지, 작년 한 해 본 영화중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마 제가 재미있게 봤다는 이야기에 작은 기대라도 하고 이 영화를 보시게 된다면 아마 제가 이 영화배급사 알바라고 생각될 정도로 저를 욕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보게 된 짐캐리의 '예스맨'도 재미있다는 얘기는 정말 많이 들었지만, 영화의 소재 자체가 그리 빵빵터질 포인트가 많아 보이지 않았기에 편안히 즐기며 보자는 생각으로 봤기에 재미있게 보긴 했습니다. 만약 이 영화도 엄청난 기대를 하고 봤더라면 실망감에 어쩔 줄 몰랐을 것 같습니다.

꼭 봐야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시간 맞추어 예매를 하면서까지 찾아보는 영화는 드문 일입니다. 시간이 닿아서 보게 되면 좋고, 못보게 되면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봐도 된다고 생각하며 넘어가는 영화들이 대부분인데, '워낭소리'는 영화에 대한 소개를 보는 순간 무슨 일이 있어도 극장에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근데, 이 영화 정말 괜찮더군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고자 하는 목적이 큰 영화였다면 아마 이 영화도 소개된 내용, 관심을 끌었던 내용이 다 담겨 있었다 하더라도 뭔가 모를 아쉬움이나 허전함을 느끼게 해주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들을 채워주고도 소개를 통해서는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잘 다루고 있었습니다. 40년이란 세월을 살다간 소 한마리와, 그와 함께 늙어가는 한 촌부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영화였는데,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 생을 살아감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할꺼리들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이런 이런 점들을 부각시켜 보여주는 걸 통해 이러이러한 감성을 자극해야겠다'는 치밀한 계획속에 담은 화면이라면 오히려 작위적으로 느껴져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작위적인 장면이 최소한으로 담겨 있었기에 오히려 그런 부분에 대해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한장면 한장면 짚어가며 이런 저런 느낌에 대해 분석하고 하기보다는 영화 전반에 걸쳐 느꼈던 그 느낌에 대해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영화입니다. 진정한 삶의 의미는 굳이 미화시키는 작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헛헛하고, 허무하기만한 삶의 단편들을 보는 데에서 진한 의미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쓸쓸함에 대해 많이 느끼게 해 준, 그래서 사람의 인생에 '정'이라는, 그 쉽게 설명하기 힘든 삶을 지탱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인생이 참 허무하고 쓸쓸하다 느껴질 때에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About > Movies&Dra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똥파리  (0) 2009/03/27
체인질링  (2) 2009/01/31
워낭소리  (4) 2009/01/20
멋진 하루  (0) 2009/01/13
워낭소리  (6) 2009/01/12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0) 2008/06/03

BLOG main image
Gustav Mahler(1860-1911)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04)
Impressions (293)
About (96)
Photo (15)
Today : 34
Yesterday : 83
Total : 204,808
Statistics Gr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