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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니묄러 "그들이 왔다” (Martin Niemöller, "They Came.")

제일 먼저 그들은 공산주의자를 잡으러 왔지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노동조합원을 잡으러 왔지만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유대인을 잡으러 왔지만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지만 나를 위해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

몇개월 전 위의 글귀를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까마득한 오래전에 한번 읽어본 기억만 남아있는,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글귀였다. 그리고 이후 몇개월간 이제 이 글귀는 이곳 저곳에서 수도 없이 접하게 되면서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아니 더이상 새로울 수가 없다. 이제는 더이상 이 글귀는 오래된 역사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박제품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관치 않고 초야에 묻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이 그나마 미덕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도 태평한 시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고요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묵상하는 삶을 사는, 세속적이지 않고 때 타지 않는 삶을 살아감으로 인해 존경받던 사람이라도, 그가 관심을 끊은 세상이 난리 뒤법석으로 요동치기 시작하는 순간, 존경받던 그의 삶은 이제 비겁한 삶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그가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끊고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세상의 난리가 그 자신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까지 미루어 생각하게 되면 그는 비겁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자가 되어버린다. 니묄러가 말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주말에 쉬면서 봤던 영화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소식, 매일 새로운 재미를 안겨주는 고양이 키우는 재미, 새로 나온 최신형 기기, 맛있었던 어제 그 식당.....그 소소한 일상의 재미를 누리고 나누는 것조차 일순간 비겁한 일이 되어버리고 어리석은 자의 근시안적인 넋두리가 되어버렸다.

내 삶에서 소소한 재미를 누리는 권리조차 비겁한 일, 어리석은 일로 전락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뭔가는 해야겠다.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먼 나라의 오래전 일이라 생각하며 킬킬대며 조롱하던 그 역사의 현장이 내 눈앞에 현실로 한걸음씩 다가오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정말 한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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