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 백성은 기뻐 어쩔 줄 몰랐다. 400년간의 이집트에서의 노예생활을 공식적으로 끝내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뻤으랴. 들뜬 마음만 본다면 바로 광야 지나서 요단강 가로질러 가나안으로 입성하고도 남을 기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광야를 지나며 물이 부족하자 금새 불평이 쏟아졌다. 또한 이집트 노예생활에서 삶의 낙이었던 고기맛을 못본지 며칠 되니 하늘에서 내려주는 만나가 지긋지긋해졌을만도 하다. 익숙한 식생활 습관을 바꾼다는게 말만큼 쉽지 않았겠지.

그래도 그런 불평 늘어 놓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신 하나님의 응답하심을 보며, 또한 불기둥, 구름기둥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보며 조금이나마 믿음을 키워갔다면 가나안 땅의 덩치큰 민족의 위세에 짓눌려 마지막 발걸음을 멈추진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결국 그들은 40년을 광야에서 맴도는 운명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40년간의 광야 생활을 끝내고 다시 요단강을 건너며 그들은 물이 갈라지는 것을 보았다. 이 기적에 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홍해의 기적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던 이스라엘 백성은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었으므로 처음 보는 블록버스터급의 기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 터이다.

하지만 기적을 본다고 믿음이 커지는 건 아니다. 결국 이 친구들 또한 여리고 성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점차 흥분은 사라지고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을 것이 뻔하다. 어제, 그렇게도 열광하고 흥분하게 만들었던 기쁨은 찾아 볼 수 없고 초조함이 전신을 감싸고 돌았을 것이다. 40여년전 그들의 조상이 ‘차라리 이집트의 노예생활로 가고 싶다’라고 했던 것처럼 그들도 ‘차라리 광야에서 맴도는 방랑자의 삶이 낫다’라고 말하고 싶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침묵’을 명하신다. 괜한 초조한 감정 입 밖으로 내놓지 말고 그냥 조용히 여리고 성벽이나 빙글빙글 돌라는 명령. 그리고 그렇게 침묵속에 여리고 성 도는 일을 한 지 7일 째. 여리고성은 무너져 내렸다.

‘침묵’ 속에 조용히 갈길을 가자. 지금까지 걸어온 내 길 가운데, 내가 치밀하게 준비하고 계획하고, 내 온 힘을 쏟아 이룩한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다. 내 힘으로 걸어온 길이라면, 지금 눈앞에 닥친 일과 나의 능력을 자로 재보며 가능, 불가능 여부를 따져보고 초조해 하는 것이 마땅하다. 힘에 부친다 생각하면 깨끗이 포기하고 뒤돌아 광야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다.

솔직히 내 능력을 기준으로 가늠해보면 나는 여전히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을 터이고, 객기를 부렸다 하더라도 홍해 앞에서 잡혀서 다시 이집트로 끌려갔을 것임이 뻔하다. 눈앞의 여리고성이 내 자신과 비교해 턱없이 견고해 보인다고는 하지만, 홍해가 갈라지고, 만나가 내리고, 불기둥, 구름기둥이 길을 인도하고, 요단강이 갈라지고 했던 사건들과 비교해본다면 여리고성 무너지는건 간추린 소식 뉴스거리도 겨우 될까말까한 사소한 것이다.

그냥 ‘침묵’을 유지하며 걷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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