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개봉예정인 영화인데, 압구정 CGV에서 매달 한편씩 개봉작을 선정하여 영화 관람 후 대화의 시간을 갖는 ‘무비콜라쥬 시네마 톡’ 행사가 있다 하여 미리 예매를 한 후 어제 다녀왔다. 영화 관람 후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양익준 감독과, 여배우 김꽃비, 그리고 한명의 영화기자와 다른 한명의 영화 평론가와의 1시간 넘게 진행된 대화의 시간도 있었다. 영화속 ‘상훈’과는 1백80도 다른, 나와 동갑인 75년생 양익준이라는 한 사람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 흥미로웠다. 손들고 질문도 두개 던졌는데, 내가 원하는 식의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에 대해 좀더 알 수 있는 힌트가 됐다.
영화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욕으로 대사의 반이 차 있는 영화, 또한 ‘초록물고기’나 ‘비열한거리’ 또는 ‘친구’처럼 사회 밑바닥의 삶을 살다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 이야기를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비추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차츰 적응되고, 영화 전체적으로는 미리 정해놓은 나름의 선을 넘지 않는 절제가 느껴지기에 오버스럽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기 전의 초반부는 너무 과하다 싶게 욕설이 난무한다는 느낌을 솔직히 지울 수 없는 영화다. 나처럼 이런 종류의 영화가 전개해가는 감정선을 다소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따라가는 데 별 무리가 없는 사람에게도 약간 과하다 싶다는 느낌이었다.
'워낭소리’라는, 최근에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독립영화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린 것이고, 그러기에 따로 전문가적인 연기력을 필요치 않는 영화다. 그러기에 ‘워낭소리’는 독립영화에서 자주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주요 인물을 제외한 배역들의 연기력의 문제가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었다. 독립영화 ‘똥파리’는 바로 이 연기력을 승부수로 띄워, 이 영화가 독립영화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은 영화임을 확실하게 확인해 주고 있다. 주연을 맡은 양익준 감독. 그의 연출자로서의 영화속의 오점은 찾을 수 있다 하더라도 연기자로서의 오점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또다른 주연인 김꽃비와 주변의 많은 조역들에서도 어설픔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이미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고 이미 우리 눈에도 익어있는 영화, 연극계 선배들의 조연 참여까지 가세하며 이 영화는 일단 연기력만큼은 그 어떤 주류 한국 영화와도 맞설만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아니, 영화야 크게 흥행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양익준 감독만큼은 우리나라에서 좀 큰 영화제에서 연기상 하나는 받아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의 스토리와 전개 또한 탄탄하다. 욕설이 과하다 싶은 10~20분의 초반을 이겨내고 나면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에 양익준 감독이 말했듯이, 정상적인 언어로 대화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상훈’의 욕설에 담긴 여러 다른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욕설에 대해 익숙해지고 나면 비로소 이 영화가 담고자 했던 이야기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된다. 가정폭력에 물든 환경에서 자란 주인공 ‘상훈’과 또다른 주인공 ‘연희’와 ‘영재’. 그들은 비슷한 환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다소 다르긴 하지만 희망없는 환경에 처해있다는 것에서 또한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삶의 영역이 차츰 얽혀가는 것을 풀어가는 것에서나, 그들이 왜 이런 환경에 처하게 되었는 지를 이 영화는 큰 무리 없이 잘 풀어가고 있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이 영화에서 ‘상훈’의 아버지를 좀더 그려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정폭력의 와중에 딸을 살해하게 되었고, 남동생인 상훈의 등에 업혀 병원으로 가는 딸을 쫒아가던 엄마 또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15년동안 복역생활을 하고 출소한 아버지에게는 그로 인해 망가질대로 망가진 삶을 살아가는 아들 ‘상훈’의 욕설과 주먹질, 발길질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상훈’과 같은 인물, 비참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가지만, 마지막으로 작은 실낱 같은 희망을 품으려고 하는 그 때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영화의 플롯은 사실 다른 영화속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이 감독이 차기작, 혹은 차차기작에서라도 이 영화에서 상훈의 아버지에 초점을 맞춘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떠나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으니 이제 상훈의 아버지와 같은, 모든 불행의 근원이 되는 인물임에도 본인은 떠나가지 못하고 주변의 모든 인물들을 떠나보내는, 홀로 살아 남았지만 실상은 더 불행한 한 인간의 내면을 그리는 영화 말이다.
양익준 감독은 가족에 대해 할말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또한 ‘똥파리’를 통해 그의 재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며 풀어가는 이야기의 형식도 찾아냈다. 다른 장르, 다른 형식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아직 남아 있는 이야기를 그가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마당에서 다시 한번 쏟아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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