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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6년. 벌써 13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대학교 3학년이었고 교회 대학부에서는 행정팀으로 열심히 일하던 때였다. 당시 행정팀은 2월 마지막주에 행정팀으로 선임이 되어 다음해 2월까지 1년간 행정팀으로 일하게 되는 구조였다.

우리학년에서 행정팀으로 섬기게 되면서 거의 3월 초부터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첫 행사는 바로 봄맞이 대학3부 체육대회. 4월 5일 식목일에 체육대회를 갖기로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던 터라 이런 저런 행사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한달여간 체육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정말 누구도 몰랐었다. 의욕적으로 준비한 체육대회였다. 그간 준비해놓은 온갖 물품들을 들고 서일중학교 운동장에 아침에 모여 한참 준비를 하다 보니 그제서야 그날이 바로 고난 주간, 그것도 고난 주간의 climax라 할 수 있는 금요일 아침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요즘처럼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라도 크게 광고가 되고 그랬으면 적어도 전혀 그정도로 까맣게 잊고 있는 일은 없었을 터인데 말이다.

이미 부활하신 예수님이고, 고난 주간은 단지 예수님의 고난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우리의 죄와, 우리의 죄를 대속하신 예수님의 사랑에 대해 묵상하며 다시 한번 믿음을 가다듬는 주간일 뿐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었다. 고난주간이라 하여 마치 지금 예수님이 돌아가시기라도 하는 것처럼 슬퍼할 일은 아니라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주간의 금요일 아침, 상징적으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는 시간에 해당하는 그날의 아침부터 대학부원들이 학교 운동장에 모여 깔깔대고 웃으며, 영차 영차 소리치며 신나게 놀아도 되는건가 솔직히 망설여졌다.

그냥 조용히 앉아서 꽃구경이나 하고, 조용히 놀다가 준비한 도시락 먹어야 되는건가... 아니 고난주간의 금요일인데 점심도 금식을 해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나름 걱정스레 나누고 있는데, 저 멀리 정문에서 그당시 대학3부 담당 목사님이셨던 김현수 목사님께서 간편한 복장을 하고 들어오시고 계셨다. 도착하신 목사님께 걱정스레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고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물었을 때 목사님은 특유의 간결한 화법으로 말씀하셨다. '예수님 오래전에 부활하셨어, 걱정말고 오늘은 신나게 놀자!'

약간 어색했던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고난주간의 금요일이었던 그날 대학3부는 신나게 웃고, 열심히 뛰고, 맛있는 점심과 함께 따뜻한 봄날의 기운에 맘껏 취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 때 찍었던 재미있는 사진들을 몇년이 지난 후에도 다시 들추며 그날 상황에 대해 동기들과 이야기 했던 것만도 여러번이었던 것 같다.

그냥, 어제 마지막 출근을 하게 되면서 오늘부터 무슨 일을 할까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그때의 기억이 나서 한번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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