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그랜져며 프라이드며 온갖 차종의 카달로그를 모으는 것이 대유행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는 요새처럼 카달로그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때가 아니었다. 코흘리개 초등학생이 달라고 주는 카달로그가 아니었다. 그러기에, 자가용을 보유한 집에 우편으로 배달되어 오는 카달로그를 친구들 사이에서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주된 소스였다. 그렇게 구하게 된 카달로그는 보물상자 속에 고히 모셔놓고 시간 날 때마다 꺼내서 보던 귀한 것이었다.
그 당시 어느 때인가는 차량의 앰블렘을 떼어낸 것을 수집하는 것이 대유행하기도 했었다. 이건 명백한 범죄행위이긴 했다. 주로 좀 논다 싶은 애들이 드라이버를 들고 다니며 길가에 세워져 있는 차에서 엠블렘을 떼어오는 것이 주된 유통경로였다. 나 같이 겁 많은 아이는 차마 직접 할 용기는 없고, 그 귀하디 귀한 엠블렘, 누가 하나 나에게 주는 일 없나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한달 용돈 3000원 시절에 '엠블렘 고물상에 갔다 주면 5000원 준다'는 소문이 돌던 때였다.
암튼, 초등학교때는 차에 대해 엄청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별다른 할일이 없던 그 때에는 친구와 도로변에 서서 저 멀리서 오고 있는 자동차들을 보며 '포니1', '포니2', '마크화이브', '로얄엑스큐'등 차종을 빨리 맞추는 게임을 몇시간씩 하기도 했다.
요샌 차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관심을 가진다고 하여 즉각 구매할 여력이 없어서 자연스레 사라진 관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언제부턴가는 차는 그냥 어디 갈 때 사용하는 이동수단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그런 내가 모터쇼같은 곳에 갈리가 있겠나. SLR 카메라에 모든 관심이 쏠렸던 몇년 전이라면 사진이라도 찍기 위해서 갈 수도 있겠다 하겠지만 원래 성격이 카메라 들고 사진 찍느라 정신 없는 곳에 나 한사람 더 끼어 북새통을 이루며 찍는 사진은 그 때도 관심이 없었다.
토요타에서 일하는 아는 후배가 이번 모터쇼에서 토요타 부문의 전시 기획을 거의 다 도맡아 했단다. 그 후배가 한번 꼭 놀러오라 하여 아는 후배를 만나 점심이나 먹고 돌아오자는 생각으로 오후에 다녀왔다. 간단하게 점심 먹고, 후배가 준 VIP용 통행증 달고 전시장 한번 둘러보고, 다시 후배랑 한시간 정도 커피 마시며 이야기 나누다 돌아왔다. 입장권이야 후배가 마련해줄 거라 생각했었지만, 기념품에, 주차권까지 얻어주는 바람에 더욱 부담없고 즐거운 나들이였다.
사진으로는 많이 봤지만, 실제로 가서 수많은 삐까뻔쩍한 카메라들이, 전시된 차는 배경으로도 제대로 잡지 않고 늘씬한 여자 모델들 사진을 끊임 없이 찍는 모습을 직접 보니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나는 카메라 가지고 갔다 하더라도 어색해서 그렇게 찍는것은 두어방 찍고 끝냈을 것 같다.
암튼, 후배 만나는 핑계로 볕 좋은 봄날에 일산 나들이도 하고, 난생 처음 모터쇼도 잘 구경했다. 난생 처음 간 모터쇼인데, 핸드폰으로도 찍은 사진 하나 없이, 그냥 머릿속 기억에만 잘 넣어 두기만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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