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은 그야말로 국민화합과 통합의 장이 돼야 한다”. 청와대 핵심 참모 중 한 사람이 한 말이라고 한다. 다른 참모들의 발언도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유선진당의 총재께서도 고인의 뜻을 받들어 국민 화합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난 그냥 아주 간단한 상식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다. 도대체 이럴 때마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화합과 통합이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국민화합과 통합의 장이지만, 선례가 없으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사는 절대로 안된다”고 하고, “국민화합과 통합의 장이지만, 만장은 사용할 수 없고, 그럼에도 꼭 사용하고 싶다면 대나무를 사용하지 말고 PVC 파이프를 사용하라”는 식의 일 처리. 말 그대로 하자면 “우리는 너희를 믿을 수 없으나 화합과 통합을 바란다”라는 도대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화합과 통합을 말하는 자라면 일단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고, 먼저 상대를 이해해야 하는게 상식 아닌가. 여전히 내가 옳고, 여전히 상대는 의심스럽고, 여전히 상대의 거부의 가능성을 높게 두고 이를 기정사실화 하여 대비하는 행동을 취하며 화합과 통합을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도 모자라 엄숙하고 준엄한 의무라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꿔 말해서 상대방이 그런식으로 행동하며 화합과 통합을 말하면 손내밀고 화합할 위인들이기나 한 것인가. 아마 버럭 화 안내면 다행일 것이다.

역사를 그다지 잘 모르지만, 역사속의 발전이 화합과 통합과 함께 이루어졌나? 오히려 역사속의 발전은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통해 비교적 정의로운 쪽으로 결과가 흘러가며 이루어졌던 것이 아닌가. 내가 아는 한 역사속에서 화합과 통합이 이루어진 때는 부패와 부정의 본격적인 시작이었고, 도덕성의 몰락의 중심점에 서 있었던 때가 더 많다. 저들은 화합과 통합을 통해 정의를 세우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저들이 말하는 식의 통합은 몰락을 자초할 뿐이다.

난 이런 식의 화합과 통합은 차라리 거부하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을 따라 다짜고짜 원망만 하지 않을 자세는 되어있다. 하지만 원망하지 않는다 하여 옳고 그름의 구분도 없이 단순히 모든 것 한곳에 모아 놓고 뒤섞어 버린 잡탕을 만들려 하면서 이를 화합과 통합이라 한다고 하여 이를 따를 생각은 없다. 잡탕이 되어버리는 통합보다는 분열의 상태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보다 정의로운 쪽을 지지하겠다.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듣고 그 가운데 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은 하겠지만 손도 내밀지 않고 있는 자들의 의견에 내 뜻을 맞추는 것을 화합의 미덕이라 여기진 않을 것이다.

자신이 먼저 손내밀지 않으면서 화합과 통합을 말하는 것은 사실 교만이고, 위선일 뿐이다. 솔직히 나는 내가 먼저 손내밀며 화합하자고, 통합하자고 하고 싶은 마음 없다. 이렇게 된 이상 모든걸 다 툭 까 놓고 정말 무엇이 옳은 것인지 제대로 따져보는게 훨씬 나을 것 같다. 일단 쭉정이와 가라지는 걸러낸 다음에 화합과 통합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화합과 통합이라는 허울좋은 문구는 집어치우고, 최소한 상대방 이야기를 신뢰하며 듣고 있다는 시늉이라도 좀 해라.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본심이 아닌 시늉만 해도 최소한의 감동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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