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나의 사랑하는 책'이라 썼지만 부끄럽기 짝이 없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제목을 쓰고나서도 자신있었을 것 같은데, 최근 수 년간은 성경을 꾸준히 붙잡고 보는게 그리 쉽지 않았다. 읽다가도 마음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리기 일쑤였다. 아마 영어성경을 주로 읽기 시작한 것이 산만함을 더하게 한 것 같다. 통독을 영어성경으로 하다보면 세부적인 사항을 놓치기 쉬워진다. 아마도 성경의 많은 인물명이 한글 성경과 영어 성경의 표기가 너무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다. 가뜩이나 알파벳 철자로는 영 어색한 많은 이름들을 대충 훑고 넘어가다보면 이야기의 큰 흐름은 잡고 있으나 인물간 세부 사건들이 뒤섞이는 경우가 많다.

성경 전체를 다 훑는 통독도, 이구절, 저구절 매일 왔다 갔다 하며 묵상하는 식의 성경읽기도 아닌 성경읽기의 필요성을 얼마전부터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형식상으로는 통독이라 할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숙독에 가까운 성경읽기가 가장 필요했다. 성경말씀에 어느정도 익숙하다 생각하고, 잘 안다 생각하고 방심한 채로 몇 년을 나태하게 보냈더니 세부적인 말씀들이 점점 희미해져 감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암튼 그러한 찰나에 유학을 위한 출국을 몇 주 앞두고 나만의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어 얼마전부터 숙독통독을 꾸준히 잘 진행해오고 있다. 이에 사용되는 성경은 모두 3권이다. 평범하다면 평범하지만 약간 의아할 수도 있는 조합의 성경 3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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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Message" by E.Peterson>


첫번째로, 내가 기본 텍스트로 사용하는 성경은 Eugene Peterson이 번역한 그 유명한 The Message 성경이다. 개인번역일 뿐인 이 텍스트를 성경 일기의 보조 텍스트가 아닌 기본 텍스트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수년전에 사서 많은 부분을 읽어본 결과 그냥 대충 설렁설렁 읽고 그냥 두기에는, 혹은 필요한 몇 구절 참고로만 찾아보기에는 아까운 번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오직 이것만을 베이스로 성경읽기를 하는 데에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성경과 함께 본다면, 적어도 한번 정도 이 성경을 기본 텍스트로 정독을 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수년전에 샀던 책은 위의 가장 왼쪽에 있는 하드커버 버전이다. 하드커버인데다가 전혀 성경처럼 보이지 않는 점이 매력적이었지만 역시 책 읽기에는 표지가 굽혀지지 않는 하드커버 버전이 무척 불편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어디든지 맘편히 들고 다니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크기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해당 하드커버 버전은 다른 이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위의 두번째, 세번째 그림에 있는 작아서 휴대하기도 편하면서 읽기도 편한 버전으로 새로 구입했다.

몇마디 더 붙이면, 사실 몇년전 Eugene Peterson자신이 개인 번역한 The Message에 대한 소식만으로도 정말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후 이 번역본의 출간 취지에 대해 더 알게 되면서 호감이 더해졌고, 결정적으로는 마태복음 5장의 산상수훈의 한구절의 번역이 이 번역본의 취지를 적극 수긍하게 만들어 버렸다. 해당 구절은 그 유명한 산상수훈의 첫구절로 마태복음 5장 3절이다. 개역개정판에 따르면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다. 이를 The Message에서는 이렇게 번역하고 있다. "You're blessed when you're at the end of your rope. With less of you there is more of God and his rule". 처음 이 번역을 읽고 나는 껌뻑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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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New Living Translation>


두번째 텍스트로 사용하는 성경은 New Living Translation이다. 이 성경은 4년전 결혼 당시 주례를 맡아주신 민영기 목사님으로부터 우리 부부가 각각 1권씩 선물받은 것이다. 휴대하기도 좋게 작고, 디자인도 이쁘다. 읽기도 편하다. 이 번역본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검색해보니 가장 대표적인 영역본이라 할 수 있는 NIV버전을 대신할만한 현대영어로 새롭게 번역된 번역본이라 평가 받고 있었다. 몇몇 권위있는 신학자들이 현재까지 영어로 번역된 성경중 가장 잘 된 번역이라 평가하는 것을 보니 영어권에서는 현대적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성경으로서의 신학적 권위도 인정받는 성경인 듯 싶다. 몇년 전에 선물 받고 예뻐서 폼으로만 들고 다녔는데, 이번을 계기로 필요할 때마다 구절들을 주의깊게 읽어보니 확실히 NIV보다는 입에 착착 감긴다. 아마 The Message로의 통독숙독이 끝나게 되면 두번째 통독숙독은 바로 이 NLT버전을 기본 텍스트로 하게 될 것 같다.

아마 목사님께서 이 성경을 선물로 주시지 않았더라면 이 영역본을 접하게 되는 데 한참의 시간이 더 걸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뒤늦게 알았지만 정말 괜찮은 성경을 만나게 해준 목사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머지 않아 목사님 사시는 곳에 방문하게 될 기회가 있을 텐데, 그 때 꼭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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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표준새번역>


세번째 텍스트는 바로 표준새번역 성경이다. 적절판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이 '표준새번역' 성경이 바로 내가 '개역성경' 버전을 멀리하게 만든 주범(?)이다. (혹시나 하는 우려에 말을 덧붙이면 이는 개역성경이 잘못되었다 말하는 것도 아니며 표준새번역과 개역성경이 대척점에 서있음도 아니다. 두 번역 모두 대한성서공회라는 곳에서 만든 각기 다른 두 종류의 성경일 뿐이다.) 지난 93년도인가에 '표준새번역'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고, 2000년대 초반에 '표준새번역 개정판'이 출간되었고 이를 이후에 줄여 '새번역'이라 부르게 되었다.

개역판이나 개역개정판이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문체로 번역이 되어있다면 새번역 성경은 최대한 현대의 표준국어에서 사용되는 자연스러운 문체로 되어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개역판을 기초로 해서 어색한 부분을 고치는 식의 개정이 아닌 아예 처음부터 새로 번역을 한 성경이다. (보다 더 자세한건 대한성서공회 웹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무튼, 이 '표준새번역' 성경이 내가 성경을 정말 사랑하도록 만들어 주었음은 사실이다. 대학, 대학원 시절 나는 위의 성경을 성경 박스에 소중히 보관하며 다니며 나름 열심히 읽고 또 읽었다.

10년 넘게 읽던 성경이라 낡은 부분도 있고, 새로운 마음으로 성경을 읽는 김에, 유학을 떠나는 김에 개정된 '새번역' 성경 한권 새로 장만하려고 서점을 뒤졌으나, 개역개정판에 밀려버린 새번역 성격은 고작 찾을 수 있는 것이 질나쁜 비닐커버의 성경과 같은 것밖에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책 내부의 글자 폰트도 읽기에는 너무 불편해 보였다. 위의 사진을 클릭해보면 10년도 넘는 예전에 출간된 표준새번역 성경의 글자 폰트가 얼마나 깔끔한 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는 저 글자 폰트만으로도 성경 읽는게 즐거움 그 자체였다. 어쩔 수 없이 이 성경은 그냥 10여년 넘게 사용한 기존의 표준새번역 성경을 참조하기로 했으나, 부디 몇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새번역 성경으로 된 다양한 성경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성경을 통한 하나님의 말씀, 성경의 지혜가 정말 필요한 때가 되었다. 예전에 읽어 익숙하다는 기억만 갖고 있다보니 '성경에 ~~라 했던 것 같아'는 식으로 가물가물해지더니, 어느샌가는 성경의 말씀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성경말씀을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에 갖다 붙이는 경우도 잦아진다. 다시 새롭게 시작한 이 말씀 읽기를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옳바로 이해하고, 내가 일하는 일터, 땀 흘리는 곳,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보다 더 옳바른 시각을 다시 새롭게 세워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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