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짐을 정리하며 갖고 있던 책의 90퍼센트 이상의 책을 처분해버렸다. 박스에 담아 부모님 댁에 보관할 책들을 고르면서 '앞으로 수년이 지난 후 박스를 열고 다시 펼쳐볼 가능성이 있는 책인가'라는 질문에 Yes라는 답을 할만한 책들은 의외로 적었다. 사실 남겨놓은 책들도 Yes라는 답에 해당했기 보다는 정에 이끌려 선택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금보다 한참 어렸던 나의 생각을 틔워주었던 인생의 선생과도 같은 책들 몇권을 제외하고는, 과감히 처분해버렸다. 갖고 있다 한들, 다시 읽을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한들, 다시 그책을 펼쳐보기보다는 이를 아우르고 한걸음 더 나아간 다른 책을 보게 될 것 같았다.
의외로 소설책은 처분하기 쉽지 않았다. 정말 좋아하는 몇몇 작가의 소설은 앞으로도 여유가 생길때마다 Archive를 꾸려나갈것 같다. 아주 오랜 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그래도 이 몇 작가들의 소설들은 다시금 꺼내 읽을것 같다는 생각에, 휘리릭 읽고 제목만 기억에 남는 소설들은 과감히 버리면서도 남겨두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며 1차로 골라낸 책들. 결혼하며 다시 솎아내어 두개의 박스로 남겨두었던 공학전공 관련 책들도 이참에 모두 폐기해버렸다. 거의 새책이어 아까운 책들이 많았지만 이미 판이 달라 헌책방에서도 매입하지 않는 책들이 되어버렸다. 이런식으로 버리고 싶지 않았지만 보관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
나름의 노마드 인생이 시작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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