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집에 들어오니 반딧불이 한마리가 방안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많던 반딧불이를 마지막으로 본지 한 달은 지난 것 같다. 7월 말만 하더라도 이곳 앤아버에는 반딧불이가 지천에 널려 있었다. 해가 지고 난 후 나무가 우거진 잔디밭을 보면 동시에 수십개의 반딧불이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8월이 되며 때가 지난건가. 아내가 앤아버에 왔을때 반딧불이의 장관을 보여주려 했으나 이미 다 사라져 버린 후였다.
한참이 지난 지금에 보는 반딧불이라...가만히 보니 빛도 내지 않으며 날아다닌다. 혹시나 해서 방 등을 꺼보았으나 역시 불빛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빛을 낸 지도 한참이 된, 곧 죽음을 맞이할 녀석의 마지막 비행이 아닌가 싶었다. 평소에 혐오감을 느끼던 곤충도 아닐뿐더러(하지만 미국에서 본 반딧불은 크기가 한국에서 어릴적 봤던 것 보다 커서 약간 무섭긴 하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까지 더해지고 나니 그냥 녀석을 내버려둔다. 자고 있는데 내 입으로 들어오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하던 일을 한다.
녀석이 그렇게 이곳 저곳 방안을 날아다니더니 노트북 가까운 옆에 내려 앉았다. 그러더니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연필로 툭 건드려보니 그냥 뒤집어진다.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내려 앉더니 그 자세로 죽어버렸다. 더듬이라도 좀 움직이지 않을까 자세히 보는데, 약간 미동하는 것 같더니만 더듬이의 움직임도 그새 멈춰버렸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래도 윙윙 소리 내며 날아다니던 녀석이 그새 죽어버렸다.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양 머릿속에서는 느릿하면서도 구슬픈 음악이 들려오고, 눈앞의 시간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다. 조만간 줌 아웃이 되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것 같다. 아무리 작은 곤충이라지만, 그리고 수많은 곤충을 휴지로 잡아 죽여본 적이 셀 수도 없이 많지만, 조금전까지 그래도 힘차게 날아다니던 녀석이 내 눈앞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을 보니 괜시리 마음이 찡하다.
언젠가 본 다큐멘터리의 한 사람이 한 말이 생각난다. 모든 생명이 어떻게든 살려고 아둥바둥 하지만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무성한 풀을 보며,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악착같이 피어난 잡초들을 보면서...저것들도 살고 싶다고 저렇게 아둥바둥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슬퍼진다고.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고.
생명은 아름다운 것 같지만 결국은 슬프기 그지 없는 것 같다. 이 슬프디 슬픈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동물들에게는 생존 본능이라는 것이 있고, 사람에게는 그에 더하여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필요한 것이겠지.
내 앞에서 죽어간 반딧불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몇마디 그냥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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