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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기말고사를 끝내자마자 날아간 LA에서 시작한 여행의 경로다.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출발하여 휴스턴을 거쳐 도착한 LA에서 시작한 10여일간의 겨울 여행이다. 연말이 오히려 이런 여행으로는 비수기에 해당하는 시기라 항공료도, 숙박료도, 그리고 렌트카 비용도 저렴하게 꾸릴 수 있었다. 친구 승훈이 집에서 하룻밤, 아내의 이모님 댁에서 3일밤을 머무는 신세도 지기도 했고.

LA에서 3일정도 머문 후에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은 가장 빠른 고속도로를 택하지 않고 일부러 에둘러 해안가 도로를 타고 올라갔다. '바닷가가 다 거기에서 거기지 뭐 별거 있겠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바다 한번 보자고 선택한 길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이 첫날의 해안가 도로를 지나며 미국이라는 큰 땅덩어리가 갖고 있는 장대함에 넋을 몇번이나 잃었었다. 풍경을 묘사하는 재주는 없어 말로 못하겠다. 그냥 보지 않고는 뭐라 말할 수 없다. 보이는 풍경에 그냥 압도되어버린다고 할까. 14인치 텔레비전만 보던 사람이 난생 처음 아이맥스 영화를 볼때 느끼는 느낌이라고 할까. 땅덩어리 작은 우리나라가 그래도 아기자기하게 볼만한게 많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여행에서 그 모든 생각이 다 무너져 버렸다. 완패다 완패.

세번째 방문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처음 온 아내와 함께 유명하다는 곳 유람단처럼 잠시 들르는 정도의 여유밖에 갖지 못했고,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가는 초입길에서 한번 더 장대함에 놀랐다. 사방 360도가 지평선으로 이어진 곳인데, 이게 중서부에서 보던 끝없는 평원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멀리 지평선에 펼쳐진 산세 때문인가. 암튼 이 초입부터 시작해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구불구불 이어진 길 한자락 한자락 펼쳐지는 그 풍경에 나도 모르게 촌스럽게 '우와~'소리를 얼마나 냈던지.

똑딱이 카메라로 몇번 찍어보려 했지만, 이건 사진이 아니라 왜곡이다. 차라리 풍경을 배경으로 한 인물사진이면 추억으로 봐줄만 하지만, 풍경만 찍은 사진은 왜곡 그 자체다. 지금 다시 똑딱이로 찍은 그때 사진을 보면 오히려 그당시 느꼈던 그 감동을 반감시키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요세미티 초입부터 거의 70km에 달하는 구간동안 끊임없이 펼쳐진 각기 다른 풍경. 정말 잊지 못하겠다. 미국에선 맛난 음식도 별로 없고, 재밌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남는건 장대한 땅덩어리가 갖고 있는 엄청난 자연 그 자체를 느끼는 게 최고인 듯 싶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언젠가 꼭 이 모든 곳을 한번 더 가보리라.

요세미티에서 8시간 정도 운전해서 도착한 라스베가스는 솔직히 내 타입은 아니었다. 도박도 못하고, 이런 식의 유흥에 익숙하지 않은 터일 것이다. 계획했던 대로, 좀 무리가 됐더라도 그랜드캐년을 다녀오는 게 나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어쨌든 간만에 아내와 이것 저것 쇼핑하며 보낸 하루도 즐겁기는 마찬가지. 라스베가스? 솔직히 나는 거긴 다시 가고 싶은 맘이 별로 없다. 인생 늘그막에 삶이 무료해서 어찌할 줄 모를때 가서 한번 땅겨보면 재미있을까? 대놓고 말초적인 것들만 있으니 끌리지도 않더라.

그리고 다시 LA로 돌아와 하루 쉬고, 같은 경로로 비행기 타고 추운 곳으로 돌아왔다.

위의 경로를 중심으로 이곳 저곳 다니다보니 총 운전거리가 1,827마일이 나왔다. 앤아버에 오자마자 아내가 사는 샴페인 다녀온 720마일까지 포함하면 10여일간 총 운전한 거리가 2,547마일, 미터법으로 하면 4,099km를 줄기차게 달린 여행이다.

여행보다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을 가도 즐겁다 생각하기보다는 피곤타 생각하는 나에게, 이번 겨울 여행은 인생 처음으로 여행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여행이었고, 가기 전부터 설레였던 첫 여행이었다. 다녀온 이후에도 오히려 더 그리움이 가득한 여행은 정말 처음이었던듯.

좋은 사진기도 이제 없고, 정성 가득 들여 후기를 남길 여력도 없지만, 꼭 이 한마디는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내 인생 최고의 여행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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