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말이 없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경우 상대방이 답답해 하는 경우가 많다. 도데체 속을 모르겠다는 이유다. 이런 경우 종종 듣게 되는 말 중에 '착한척 하지 말아라'는 말이 있다. 착하게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고, 착하게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단지 내가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너는 지금 너 자신이 착하다고 여김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라는 단정속에 갖히게 된다. '누굴 말려 죽이려는 거냐'라는 말도 종종 듣는다. 내 속에서 이미 내가 말라 죽어가고 있을수도 있고, 나 혼자도 답답하고 괴로운데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너는 지금 의도적으로 내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 되게 하려고 한다'라고 여김을 받는다.

누구는 화가 나거나 고민이 있으면 말로 내뱉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화가 나거나 고민이 생기면 자연스레 입부터 다물게 된다. 사람의 성품 차이고, 성격 차이인데 입을 닫는 것을 놓고 '착한척 하지 말라'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은 말로 풀어야 하는 사람에게 '입닥치고 가만히 있어'라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의도야 어찌됐건 말한 사람만 열라 욕먹고 입닫고 있었던 사람은 결국 착한 사람 취급을 덤으로 받게 되는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그게 그렇게 억울한 사람이라면 다음에는 자신이 입을 다물면 된다. 의도하지도 않게 '착한 사람'이라는 딱지, 그것도 좋은 딱지가 아닌 다소 비아냥 거리는 식의 취급을 받는 것이 입다무는 자의 주요한 의도가 아님은 금방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말없는 자에게 착한척 한다는 식의 멍에까지 씌우진 말자. 이렇게 말을 하긴 했지만 사실 요즘 세상에 말 안하고 있다고 해서 정말 그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기는 한가? 말 마따나 '착한척'이라는 비아냥의 대상은 될 망정 입다문 자에게 '진정 착한사람'이라고 추켜세우는 적은 본 적이 없는듯 하다. 오히려 음흉한 놈이라는 뒷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말을 하지 않는것이 착하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데 왜 다들 말을 않고 있으면 착하게 여겨진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도 말을 하지 않으면 착하게 여겨진다기 보다는 착하게 여겨지는 사람의 경우 보통 말이 적다라는 명제를 간단하게 뒤집어 놓고 이 또한 참명제라 무의식적으로 여기게 된 연유는 아닐까? 결국 착하고 아니고는 평소의 그 사람의 성품에서 느껴지고 파악완료되는 것이지 어떤 까칠하거나 심각한 상황에서 말을 하고 안하고에 따라서 착하고 아니고의 판단이 되어지는 것은 아닌 것이 된다. 따라서 평소에 착하다고 여겨지던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으면 '저 사람은 착한 사람이니 입을 다물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평소에 전혀 착하지 않다고 생각되던 사람인데 입을 다물고 있으면 '저 인간 열라 착한척 하고 있네'라는 취급을 받게 되는데 이게 사실 잘못됐다는 것이다.

말이 없는 이유는 성격이 소심하다거나, 아니면 음흉하다고 해두자. 왜 말이 없어지게 되는 지는 좀 더 생각해보자. 다만, 말이 없을때 '평소에 착하지도 않은 게 괜히 착한척 하는 위선적 행동'이라고만 취급받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그 취급만큼은 더이상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이 없는 진짜 이유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다만 현재까지 확실한건 착해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사실뿐이다.

'Impressions > Song of the Nigh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올강의 - 김동수  (4) 2006/12/18
어떻게 비판할 것인가  (2) 2006/12/12
침묵의 이유  (0) 2006/12/07
비슷하지만 너무 다른...  (3) 2006/11/07
한해가 또 흘러간다  (0) 2006/11/03
방심하다 당하다  (0) 2006/10/30

BLOG main image
Gustav Mahler(1860-1911)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04)
Impressions (293)
About (96)
Photo (15)
Today : 34
Yesterday : 83
Total : 204,808
Statistics Graph